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The Alters 리뷰 – 또 다른 나

by 핫모먼트 2025. 6. 16.

The Alters 관련 이미지

2025년 6월, 폴란드의 11 bit studios에서 개발한 SF 생존 심리 게임 『The Alters』는 그야말로 “게임이 생각을 요구한다”는 말의 의미를 다시 한번 일깨워줬다. 기존의 생존게임이나 매니지먼트 장르가 자원과 시간 관리에만 집중했던 반면, 『The Alters』는 철저히 "자아 탐구와 선택"에 초점을 맞춘다. 이 리뷰에서는 게임의 세계관과 스토리, 시스템적 독창성, 심리적 압박감, 그래픽 완성도, 그리고 게이머 반응까지 총체적으로 분석해보겠다.

1. 줄거리 및 세계관 – 외로움의 끝에서 만나는 또 다른 자아

『The Alters』의 주인공은 Jan Dolski, 평범한 광부 출신의 기술자다. 그는 외딴 우주 행성에서 진행되던 임무 중 예기치 못한 사고로 홀로 남겨진다. 시간은 얼마 없고, 환경은 적대적이다. 중요한 건, 이 위기 속에서 그가 의존할 수 있는 건 오직 ‘자신의 또 다른 버전들’이라는 점이다.

Jan은 기지에서 발견된 미지의 원소, Rapidium을 이용해 스스로의 다양한 대체 자아들(Alter)을 만들어낸다. 각 Alter는 Jan이 과거 다른 선택을 했더라면 어떤 사람이 되었을지를 반영한다. 이를테면 군인이 된 Jan, 과학자가 된 Jan, 가정을 이루고 평범하게 살다 온 Jan 등, 다양한 경로를 따라 살아온 또 다른 자아들이다. 이들은 각각의 기술과 성격, 욕망을 지니고 있으며, 단순한 NPC가 아닌 실질적인 ‘인격체’로서 존재한다.

이 설정이 특별한 이유는, 게임이 단순한 분기나 멀티엔딩을 제공하는 게 아니라, "한 명의 인간 안에 존재할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과 충돌"을 정면으로 다룬다는 데 있다. 기지 내에서 Alter들과 함께 생존하고, 때론 협력하고, 때론 마찰을 겪으며, 플레이어는 자신이라는 존재의 한계와 정의에 대해 계속 질문하게 된다.

2. 게임 시스템 – 생존과 정체성의 이중관리 시뮬레이션

『The Alters』의 핵심은 자원관리와 멀티태스킹, 그리고 인간관계 시뮬레이션의 결합이다. 플레이어는 우주기지의 각 시설을 업그레이드하고 유지보수하며, 외부 환경에서 재료를 채취하고, 동시에 여러 Alter의 정신 건강과 생산성을 관리해야 한다.

각 Alter는 고유한 능력치를 가지고 있으며, 특정 작업에 더 능숙하다. 예를 들어 엔지니어 Alter는 설비 제작에, 과학자 Alter는 연구에 효율적이다. 하지만, 그들은 단지 ‘도구’가 아니다. Alter는 기억과 감정을 가진 존재로, 시간이 지날수록 스트레스, 자아 혼란, 주체성 갈등 등의 심리 문제를 겪는다.

이들을 돌보지 않으면 우울증에 빠지거나 폭력적으로 변하고, 심지어 ‘진짜 Jan’에게 반감을 품고 대립할 수도 있다. 실제 게임 중반 이후에는 일부 Alter가 자율적으로 판단을 시도하거나, 더 나아가 스스로의 ‘존재 이유’를 고민하며 행동한다. 이들은 “왜 나를 만들었는가?”, “왜 내가 이 삶을 살아야 하는가?” 같은 질문을 던진다. 이는 곧 플레이어 자신에게도 철학적 질문을 되돌리는 장치로 작용한다.

게임의 진행은 특정 시간 단위로 나뉘며, 각 루프마다 제한된 시간이 주어진다. 이 안에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아, 효율적 계획과 긴박한 결정이 필수다. ‘자원 관리’와 ‘감정 관리’라는 상반된 시스템이 하나로 엮이면서, 『The Alters』는 생존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감정의 압박감이 매우 크다.

3. 주제 의식 – 인간 정체성과 선택의 무게

『The Alters』는 단순히 ‘다중 자아’를 다루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것이 인간 본질에 미치는 영향을 깊게 파고든다. 게임의 대사는 물론이고 Alter와의 상호작용, 기억 회상 이벤트 등을 통해 Jan이라는 인물이 살아오면서 느낀 죄책감, 회한, 자괴감이 드러난다.

예를 들어, 어떤 Alter는 “내가 아들을 낳았다는 건 네가 그 선택을 하지 않았다는 뜻이지. 그럼 나는 뭐지?”라고 묻는다. 이는 플레이어가 만들어낸 자아가 스스로에게 정체성을 묻는 구조다. 이 순간 게임은 메타적이고 철학적인 무게를 더하며, 단순한 퀘스트 해결보다 더 큰 몰입감을 선사한다.

또한, Jan은 여러 Alter들을 통해 자신의 다양한 모습과 마주하게 되고, 때로는 과거의 실수나 회피했던 선택들을 돌이켜 보며 자기 수용(self-acceptance)의 여정을 걷는다. 게임이 진행될수록 Jan 자신도 변해간다. 더 이상 ‘혼자가 아님’을 느끼는 동시에, ‘모두 자신’이라는 사실이 주는 모순적 고통과 함께.

이처럼 『The Alters』는 선택지 하나하나가 도덕적, 심리적 무게를 가지며, 플레이어는 단순히 ‘성공 루트’를 찾는 게 아닌, “어떤 내가 더 나다운가?” 라는 고민을 하게 된다.

4. 비주얼과 사운드 – 폐쇄된 공간의 긴장감을 압축하다

11 bit studios는 『This War of Mine』과 『Frostpunk』를 통해 어두운 분위기와 정서적 긴장을 시각화하는 데 능숙한 스튜디오로 평가받아 왔다. 『The Alters』 역시 그런 장기를 유감없이 발휘한다.

그래픽은 언리얼 엔진 기반으로 제작되었으며, SF적 설정을 현실적인 톤으로 묘사한다. 기지 내부의 디테일, Jan의 표정 연출, 기계들의 작동음과 조명 효과 등은 “시각적 압박”을 자연스럽게 조성한다. 특히 Alter 간의 갈등이 고조될 때 화면이 미세하게 흔들리거나 조명이 변화하는 등의 연출은 단순히 시각적 요소를 넘어 심리적 연출 장치로 작용한다.

사운드는 정적인 분위기 속에서 적절한 긴장감을 유도한다. 음악은 극단적으로 절제되어 있으며, 기계음, 심장소리, 의도적인 정적 등이 감정의 고조를 돕는다. 대사 음성 연기도 훌륭하며, 특히 Alter들이 감정적으로 붕괴되는 장면의 연기는 몰입도를 극대화한다.

5. 게이머 반응과 평점 – 호평 속 몇 가지 우려

『The Alters』는 출시 직후 Steam 및 메타크리틱에서 평균 85~90점대의 평점을 기록했다. 유저들은 특히 “철학적 깊이”, “시스템과 서사의 완벽한 결합”, “정체성에 대한 성찰” 등의 면에서 극찬을 보냈다.

하지만 완벽하진 않다. 일부 플레이어는 Alter들의 감정 변화를 추적하고 조절하는 데 드는 관리 피로감을 지적했으며, 후반부 루프의 반복성과 이벤트의 다양성 부족에 대한 아쉬움도 존재했다. 또한, 철학적 서사에 집중된 나머지 액션성이나 시뮬레이션 요소의 난이도 밸런스가 다소 어정쩡하다는 평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The Alters』는 현대 게임이 단순한 오락을 넘어 인간 내면을 다룰 수 있다는 가능성을 다시 보여준 작품으로 평가된다.

『The Alters』는 단순히 생존 게임도, 단순한 서사 게임도 아니다. 그것은 철저하게 ‘나’라는 존재에 대한 이야기이며, 수많은 ‘내가 될 수 있었던 나’들을 마주하고, 이해하고, 때론 두려워하는 게임이다. 이 게임은 선택과 결과의 관계를 넘어, “당신은 스스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가?”라는 질문을 집요하게 던진다.

SF적 배경 안에 철학적 깊이, 감정적 몰입, 전략적 사고를 모두 결합한 『The Alters』는 단언컨대 2024년을 대표하는 독창적 게임 중 하나다.

✅ 이 글이 도움이 되었나요? 『The Alters』의 엔딩 분기별 해석이나 다른 인디 게임 리뷰도 원하시면 댓글이나 메일로 요청해주세요!